CVC 국회차원 벤처활성화 화두로 부상...벤처 젖줄 vs 금산분리 위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가 차기 국회 중소기업 분야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입법부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까지 연이어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공론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CVC 규제 완화 등 벤처 활성화를 위한 숙원 과제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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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CVC에 대응한 벤처지주회사제도 개편방안 분석'과 관련한 보고서를 다음 달 중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말 'CVC의 규제완화 쟁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는 CVC 완화를 통한 벤처 활성화 순기능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첫 보고서는 CVC 관련 전반적인 쟁점 등을 다뤘다면 다음 달 발간할 보고서에서는 CVC 규제를 허용할 경우 활성화가 될 것인지 여부와 제도 개편 방안 등을 분석할 것”이라면서 “금산분리 원칙 자체에 대해서도 상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했다.

CVC는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벤처캐피털(VC)을 의미한다. 재무적 이익을 우선 추구하는 일반 VC와 달리 대기업 등이 전략적 목적으로 기업 내 잉여자금을 시드머니 삼아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에 대안을 찾을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육성을 기대할 수 있다. 구글벤처스나 인텔캐피털이 대표적인 CVC다.

국내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CVC는 금융 업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스타트업과 재계를 중심으로 줄곧 이어진 개선 요구에도 금산분리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서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모기업이나 자회사에서 100% 지분을 투자해 VC를 만들어서 투자 활동을 하면 인정해 주겠다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다만 공정위 등 일부 부처의 반대로 제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체제 자체가 금산분리를 전제로 해서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사를 두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조사처가 직접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나선 이유도 금산분리 원칙 등을 전반적으로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지주회사 CVC 허용 문제를 한꺼번에 다 풀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 되지만 이렇게 되면 금산분리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막상 금산분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특례를 주는 방법은 다른 법에서 걸리는 등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CVC 규제 완화를 벤처 활성화를 위한 핵심 공약으로 보고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측에서는 “계속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자본을 통해서만 성장하는 것을 문제 삼는데 CVC 규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당 상황이 정비되면 총선 공약으로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 관점에서 보면 결국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하려면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CVC가 있어야 한다”면서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없듯 20대 국회 내에서 최대한 추진해 보고, 안 되면 21대 국회에서도 공약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